대부분의 사람이 역삼에서 놀 곳을 찾을 때 화려한 조명과 압도적인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대형 업장을 기준으로 삼는다. 다들 거기가 최고라고 입을 모으지만 나는 그게 참 피곤하다. 좁은 공간에 수백 명을 몰아넣고 땀 냄새 섞인 공기를 마시며 춤을 추는 게 진정한 유흥인지 의문이다. 오늘은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오히려 밀도가 낮아 쾌적한 중소형 클럽의 가치를 다뤄보려 한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무시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음악에 집중하고 사람들과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에는 이런 곳이 훨씬 낫다.
중소형 업장은 소위 말하는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저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기획자의 취향이 가장 진하게 묻어나는 장소들이다. 대형 기획사에서 찍어내듯 돌리는 뻔한 차트 음악 대신, 운영자의 고집이 담긴 리스트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역삼 내부의 골목을 잘 훑어보면 겉보기에는 평범해도 사운드 밸런스에 꽤 신경 쓴 곳들이 숨어 있다. 이곳들은 사람이 너무 많아 치일 일이 없으니, 적어도 술잔을 엎지 않고도 충분히 리듬을 즐길 여유가 있다.
좌석 배치는 클럽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남들은 다들 서서 춤추는 게 정석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게 비효율의 극치라고 본다. 좁은 공간을 억지로 넓게 쓰려고 서서 마시게 하는 시스템은 결국 고객을 지치게 만들 뿐이다. 내가 주목하는 곳들은 벽면을 따라 효율적인 바 좌석을 배치하거나, 중앙을 비워두더라도 언제든 앉을 수 있는 높은 의자를 갖추고 있다. 편안하게 앉아 음악을 분석하고 사람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역삼에서 밤을 지새우는 가장 영리한 방법이다.
누군가는 대형 업장의 그 번잡함이 에너지의 근원이라 하겠지만, 글쎄, 나는 체력과 시간 낭비로밖에 안 보인다. 역삼에서 보낼 밤이 짧은데 굳이 입장 줄에서 한 시간을 버릴 이유가 무엇인가. 검증되지 않은 인파 속에 섞이는 것보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작은 공간을 하나 뚫어두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결국 내가 추천하는 건 남들의 화려한 후기를 좇지 말고, 발품을 팔아 내가 쉴 수 있는 구석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거창한 파티는 집어치우고 적당히 선곡 좋은 구석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 훨씬 정신 건강에 이롭다.